남파 공작원 김진계 옹이 구술한 이야기를 토대로, 젊은 시절 김응교 작가가 집필한 장편실화소설이다. 『조국』 속에는 한설야, 이기영, 이태준 같은 문인들부터, 독립투사 김두봉, 지리산 항미 빨치산 정순덕, 대전교도소 시절의 신영복까지, 20세기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저자의 문장은 이들을 단순한 인명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역사의 증언자로 불러낸다. 2025년 현대가 알 수 없는 치열한 투쟁의 시간을 저자의 생생한 문장으로 만나볼 수 있다.
흔히 ‘거제도 다대포 간첩’으로 알려진 그는 체포되어 18년 동안 옥고를 치른다. 이후 나이든 그가 석방되어 젊은 작가 김응교를 만나 나눈 대화가 이어졌고, 1991년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그의 극적인 삶이 『조국』에 담겼다. 『조국』은 개인의 파란만장한 운명을 통해, 이념과 분단, 전쟁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 현대사 전체를 응축한 작품이다.
새로운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했다. 사라졌던 남북대화를 회복하고 새롭게 통일이 논의되어야 하는 시기다. 북한에 대한 관심을 갖고, 한국전쟁 이후 북쪽의 동포들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93년 초판 당시 이 책은 보안사·북한대학원에서 교재로 사용되었고, 동시에 평양과 조총련에서도 남북 상호 이해를 위한 책으로 추천된 바 있다. 남과 북, 좌와 우, 체제와 이념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드문 기록문학이자, 통일시대를 향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으로 수감되었던 김응교는 29세에 석방되어, 도서출판 현장문학사의 박승옥 대표, 소민영 편집장의 소개로 장기수 김진계 옹을 만난다. 그 후 강원도 사천 이설당에서 함께 머물며 김 옹의 미리 써놓은 원고와 구술을 정리했고, 이를 소설적 구성과 결합해 『조국』이 탄생했다. 이 책은 증언 70%, 문학적 구성 30%의 비율로 이루어진 보고문학이다. 증언자의 말은 절대 수정하지 않고, 문학적 재미를 더하는 부분만 소설적 기법으로 채워졌다. 특히 저자가 김진계 옹과 함께 지낸 체험은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기록되어, 증언자의 삶과 그 의미를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준다.